본문 바로가기
보고보고보고

코코 COCO 2018

by 뾰로통끼 2021. 3. 28.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은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의문의 사나이 헥터와 함께 상상조차 못했던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과연 ‘죽은 자들의 세상’에 숨겨진 비밀은? 그리고 미구엘은 무사히 현실로 돌아올 수 있을까?

-

워낙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을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코코도 개봉을 하자마자 바로 영화관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앞 부분에는 작은 단편이 나왔고, 그 이후에 코코가 상영되었다. 지금은 코코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매번 돌려보고 노래도 자주 듣고 인생 영화로 꼽을 정도지만, 당시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는 사실 그렇게 재밌게 보진 않았다. 너무 구성이 러프하고 노래도 중독성은 없군. 이렇게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영화관을 나섰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장면이 생각나고 노래가 생각이 나고...그래서 다시 영상을 찾아 감상을 하니 이렇게 좋았었나? 이렇게 내용이 흘러갔던가? 캐릭터도, 노래도, 영상미도 뭐하나 빠질게 없는데?? (영화관에서 뭐에 홀렸던 게 틀림이 없다)

그래서 그 이후로 코코를....20번은 넘게 본 것 같다 그냥 일상소음으로 영화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기도 하고, 팝콘을 먹으면서 즐기기도 하고...그냥 수시로 계속 봤던 기억. 그래서 코코리뷰는 더 공들여서 써보려고 한다.


코코

1. 새롭게 만들어 낸 사후세계 -멕시코 죽은자의 날 문화 소재

코코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죽은자의 날은 실제 멕시코의 죽은자의 날 축제를 영화 설정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가장 큰 틀은 영화 속 망자들은 일년에 한 번, 죽은자의 날에 현세로 내려올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지가 망자들을 대접한다는 것이다. 물론 세세한 디테일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한데, 각각의 설정을 통해 빠른 내용 전개가 가능하게한다.

-영화 코코 만의 설정

1)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망자들은 사후세계에서 사라진다
2) 죽은 자의 날은 단 하루로 하루 동안 이방인인 미구엘이 사후세계에 머물 수 있다
3) 제단에 사진이 올라가있는 망자들만 출입국관리소의 허가를 받아 1년에 한 번 자손들을 보러갈 수 있다

 멕시코에서는 죽은자의 날 망자의 이름을 붙인 설탕해골을 만들어 그들의 넋을 위로한다. 사진이란 추가적인 설정은 헥토르가 미구엘에게 접근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자 덧붙인 것. 두 번째 미구엘은 죽은자의 날 단 하루동안 사후세계에 머물 수 있다는 시간적 제약이 걸린다. 이 부분 역시 실제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실제 죽은자의 날은 멕시코의 가장 큰 축제이기 때문에 10월 31일부터 11월 2일동안 3일에 걸쳐 축제가 치러진다.

코코는 현실의 소재를 가져와 온갖 상상을 덧붙여 새로운 죽음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코코 속 사후세계는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욱 즐겁게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며 파티를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살아갈 수 있는 세계다. 망자들의 도시지만 우울하지 않으며 현실보다 더 화려하고, 웃음이 넘쳐난다. 물론 환상같은 이 세계에도 법칙이 있다. 망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현세에 있을 것, 이 조건이 망자를 사후세계에 머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현세에 남아있다면 죽음 이후의 삶을 즐길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아무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때, 모두에게 잊혀진 망자들은 사후세계에서 조차 사라진다.

2. 기존 픽사영화의 한계를 보완하는 '음악'소재 → 다양한 콘텐츠로의 활용 가능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으면서, 디즈니 컨텐츠가 새로운 컨텐츠들로 재탄생할 수 있는 힘! 바로 서사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OST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디즈니 컨텐츠들은 뮤지컬영화처럼 주인공들이 각성을 하거나(알라딘,겨울왕국) 자신의 꿈을 염원하고 (인어공주,주토피아) 혹은 성장하는 시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라이온킹,헤라클래스, 뮬란)도구로 노래를 이용하곤  한다. 

코코에서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 주인공 미구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서사 자체에 음악을 녹여내 더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극이 흘러가도록 만든다. "얘 갑자기 왜 노래를 하는 거야?" 하고 관객이 당황스러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영화의 완성도는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존의 픽사 애니메이션들(몬스터주식회사,니모를찾아서,월E,라따뚜이 등)은 서사,캐릭터,컨셉이나 플롯에 강점을 보인 반면 음악적인 요소가 거의 없어 또다른 창작물로 만들어내는 것에 한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코코는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의 음악영화로 그러한 한계점을 보완한다. 현재 코코는 뮤지컬이나 아이스링크쇼,퍼레이드 등 활발하게 컨텐츠들이 재생산되고 있다.

콘텐츠 활용 사례 -디즈니랜드에서는 영화 코코를 재해석한 짧은 뮤지컬을 공연하고 있다.

FULL Coco Musical Celebration 2019 Show at Disney California Adventure

음악이 주가되는 화려한 색채의 애니메이션이라 뮤지컬 장르와도 찰떡같이 어울린다. 디즈니랜드에서는 극의 흐름을 이야기로, 음악으로 전해주는 1인 변사시스템을 활용하여 공연 시간을 15분내외로 축약하였고 등장인물들을 인형으로 제작하여 해골 특유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살리고, 보는 재미를 더했다.

콘텐츠 활용 사례 -디즈니랜드에서는 코코를 활용해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NEW! Magic Happens Disneyland Parade - COCO & Moana floats

화려한 색채와 큰 움직임을 활용해 퍼레이드의 볼 거리를 살려 코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고 주요 캐릭터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극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는 음악으로, 캐릭터들은 음악으로 갈등하고 음악으로 갈등이 해소되며 음악으로 집안의 화합을 만들어낸다. 그 중 코코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바로 'Remember Me'. 가족을 떠나온 헥토르의 마음을 대변한 곡이자, 코코와 헥토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도 기능한다. 살아생전에 찾아가지 못한 딸을, 죽어서라도 만나고싶어 헥토르가 진심으로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Remember Me (Lullaby) (From "Coco"/Sing-Along)

※ 이 아래내용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칭이 되는 캐릭터 관계도

갈등과 갈등으로 굴러가는 서사를 가진 영화인 만큼. 코코를 제대로 뜯어보고 씹어보고 맛보고 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들 간의 대립,갈등을 중심적으로 봐주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코코의 설정이 재밌다고 느낀 이유는 산 자의 공간, 죽은 자의 공간으로 뚜렷하게 대비를 이루어 진 공간구성처럼 캐릭터 구조 또한 뚜렷하게 반대로 인물들을 세워놓은데에 있다. 캐릭터들간의 욕망, 갈등구조만 제대로 쫓아도 코코의 모든 내용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

 

① 헥토르의 죽음과 죽음의 비밀 

헥토르가 가족들과 인연이 끊기고, 제사단에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나오는 갈등의 장. 사건의 순서로 따지면 가장 먼저 발생하지만 플롯의 중간쯤에서 밝혀지는 내용이다. 함께 음악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하는 헥토르와 그를 저지하려는 델라쿠르즈의 갈등. 명예와 성공에 눈이 먼 델라쿠르즈가 헥토르를 독살하는 것에서 모든 갈등의 시작이 되며, 현재의 미구엘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미구엘은 이 갈등을 풀어내야 비로소 자신이 처해있는 갈등을 풀어낼 수 있다.

이 장을 통해서 '선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델라크루즈는 목적이 분명하고 명예욕이 큰 캐릭터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친구도 가족도 중요하지않다. 그에 반해 마마 이멜다는 음악을 사랑하고, 남편도 사랑하지만 내가 꾸려낸 가정이 더 중요하고 생계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내 몫의 자아실현은 접어둔다. 그 중간에 위치해있는 것이 바로 헥토르. 헥토르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가정을 소홀히하며 자아실현도 가정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상태로 모든 걸 잃어버린다.

미구엘은 헥토르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영화 초반에 오랜시간 억눌려있던 감정들이 할머니의 거센반대에 부딪혀 폭발적으로 터져나오기는하지만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저승에서 헥토르를 만난 그 하루동안 헥토르의 삶을 통해 자아실현과 나의 가족 둘 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닳은 미구엘은 그의 미완성인 삶에 자신을 투영하고 반성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낸다.

② 음악을 하고 싶은 미구엘과 가족들의 대립

미구엘이 죽은자들의 세계로 넘어가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갈등의 장. 이 갈등을 주축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증조할아버지인 헥토르가 살아생전 음악을 하려고 가족들을 내팽겨친 전적이 있어 모든 가족들은 음악을 싫어하다못해 혐오한다. 그런 가족에서 나고 자랐지만 음악을 하고싶어하는 미구엘은 때때로 자신이 저주를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에게 음악을 하는 것을 들키게되고 할머니와 가족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미구엘은 집을 도망나와 죽은자들의 세계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이 장은 미구엘의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로,  경험을 토대로 살아가는 어른들과  그들의 선행된 경험을 학습하며 자라나는 어린 가족 구성원의 상황을 공감하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태어나서 자아가 제대로 정립되는 시기까지 자녀에 대한 모든 결정권은 주양육자에게 있고, 자녀들은 주양육자의 도움을 받아 배우고 성장하면서 어느 순간 그러한 결정들을 스스로 내려야겠다는 판단을 하는 시기가 온다. 가족들이 보는 나와 스스로 깨달아 가는 나- 이 두 가지의 모습이 비슷하다면 어떠한 갈등없이 순탄하게 그 시기를 지나겠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영화 속 주인공 미구엘처럼.

미구엘은 위계질서가 강한 집안 환경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본인을 둘러싼 환경을 바꾸려는 시도도 하지 못하고 그 공간에서 도망친다. 가족을 정말 사랑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목표가 분명하고 그에 대한 열정 또한 강하기 때문에 가업을 이으라는 가족들의 말에 순종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미구엘 인생에서의 첫 번째로 맞이한 성장통이자 일탈이었으며 전생과 현생 (몇 대에 걸친) 가족들의 갈등을 해소시킨 중요한 사건이된다.

 

③ 헥토르가 존재하도록 노력하는 미구엘과 가족들

헥토르가 자신의 진짜 증조할아버지임을 깨닫고 난 후, 미구엘은 헥토르를 도우려는 간절한 마음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된다. 다른 가족들은 헥토르를 가정을 버리고 떠나버린, 집에 흔적도 남겨두고싶지 않은 조상 정도로 취급했지만 가장 헥토르의 부재를 절실하게 느꼈을 당사자(코코)는 그를 계속 기억하고, 그리워했다는 것. 아버지가 불러줬던 노래처럼 그를 계속 혼자 기억하고있었기 때문에 단상에 사진을 올려두지 않았던 헥토르가 지금껏 저승에 존재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인이 된 그들에게 더이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괴롭고 그 외로운 길 홀로 떠나보낸 것 같아 가슴이 저며오는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코코는 그런 이유없는 죄책감을 지고있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노라고 말해준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행복하게 존재할 수 있고, 그 기억을 계속 간직해준다면 때가되었을 때 그들을 만날 수 있다고. 그런 작은 희망을 품게해주었다.

 

코코의 주제를 세 가지로 짚어보기

1. 먼저 떠나보낸 사람을 기억하면 다시 또 만날 수 있다는 희망과 위로

코코를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건 바로 이 위로에 대한 메시지가 아닐까. 코코는 죽은자들의 세상에 우연히 들어간 한 소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결국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위로를 해주는 영화다. 우리가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이 재밌게 잘 살고 있노라고, 남겨진 사람들이 기억해주었기 때문에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나중에 때가되면 나와 만나자고. 

2. 선택의 순간, 하나를 포기하지 않고 둘을 얻어내는 것. why not?

코코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하는 선택의 상황을 거듭 보여준다. 나의 꿈을 쫓을까 익숙한 품 안에서 안주할까, 음악을 안하겠다 맹세하고 저승을 벗어날까 또 다른 나의 가족을 찾아 축복을 받을까.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게 되고, 둘 중 하나의 선택지를 포기하는 것 보다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코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선택지를 포기하지 않는 것에 대한 도전이 그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3. 누군가를 짓밟고 지켜낸 명예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뻔하다 할지라도 권선징악 주제도 빼놓기 아쉽다. 내가 생각하는 코코가 대중적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평가받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른 요소는 화려한 색채감의  아트워크, 중독성있는 멜로디의 OST라고 생각한다). 나쁜 놈은 응당 그 댓가를 치루어야한다는 점. "저 놈은 죽을 때까지 떵떵거리다 힘든 일 없이 잘 살다가네, 아이구 짜증나" 라고 생각하는 억울한 사람들에게 결국 그런 놈들은 죽어서라도 죗값을 다 받는다는 권선징악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가 부끄럽지않게 잘 살아야 죽어서도 행복할 수 있다.


우리가 먼저 보낸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다른 세상에서 행복하게 존재할 수 있으며

시간이 흘러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영화

 

+++

생각보다 리뷰가 너무 오래걸렸다ㅠㅠ 보고 듣고 느낀것을 글로 표현해내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댓글